Gil Shaham and The FirebirdWednesday, November 12, 2008 at 7:30pm
Avery Fisher Hall, Lincoln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Artists
Gil Shaham, violin
Andrey Boreyko, Conductor
New York PhilharmonicProgram
Lyadov: Kikimora
Khachaturian: Violin Concerto
Giya Kancheli: Abii ne viderem
Stravinsky: The Firebird Suite (1919)
슬라비시즘으로 가득한 프로그램. 이 얼마나 로맨틱한 프로그램인가!!! (오버오버)
곡 제목 때문에 리아도프와 칸첼리가 인도사람인 줄 알았다는 것은 무덤까지 갖고가야할 비밀로 간직하겠다(...)
카차투리안(하차투리안이라고도 쓰는)은 솔직히 라이브로 연주되는 게 흔치 않은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내 기억을 돌이켜봐도 학교에서의 교내 연주회에서밖에 못들어본 듯. 그래서 카차투리안을 듣는다는 것이-- 그것도 길 샤함의 연주로 - 참 기다려지기도 했지만...한편으로는 길 샤함은 왜 이렇게 "표 안팔리는" 곡들을 들고오는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했다. 지지난시즌에는 모차르트와 스트라빈스키를, 지난시즌에는 드보르작을, 이번시즌에는 카차투리안..다음 시즌에는 과연 무엇을 들고 올 것인가! OTZ
표가 많이 안팔리는 곡을 들고 와서 슬픈 까닭은, 길 샤함이 보다 많은 관객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고 보다 (프로그램에 상당부분 좌지우지되는) 뜨거운 박수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 관객들은 차이코프스키에 열광할테니까. 나의 빠심이 너무 적나라한가 ^^;; 그렇지만 그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
아무튼 공연 시작.
리아도프의 키키모라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곡이었다. 약 7,8분 정도의 짧은 곡이었는데 슬라브 색채가 가득한, 마법같은 곡이었다. 공연을 보기 전에 프로그램 책자를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인터미션때 읽어보니 과연 그런 곡이구나 싶었다.
곡목해설: (출처: 뉴욕필 웹사이트)
This short tone poem tells of the tiny witch Kikimora whose head was no bigger than a thimble, and whose body was as thin as a reed. She grew up with a magician in the mountains, and as she lay in a crystal cradle, she was entertained by a large wise cat who told her fantastic tales of ancient times and faraway places. She made lots of noise, whistling and screeching from dusk to dark; from midnight till dawn she sat at her wheel spinning hemp, flax, and silken floss. She was not well-disposed towards human beings. Lyadov’s great talent as a painter with orchestral colors is everywhere in evidence, from the initial lugubrious and somber atmosphere to his effective depiction of the supernatural that reigns throughout this well-known bit of Slavic mythology.
그리고 길 샤함 등장!!!
지난번 독주회때도 느꼈는데...몇년전부터 얼굴살이 급속도로 빠진 듯. 요즘 쓰는 프로필 사진은 다 몇년전 사진들이라...실물을 보았을 때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그리고...
길 샤함은 협연할때 턱시도를 챙겨입는 몇 안되는 연주자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즘은 정말 제비꼬리 보기 힘들다. 특히 바이올린은!!) 아무래도 살빠지기 전의 턱시도를 줄이지 않은 듯 하다. 어깨도 좀 구부정한데;; 옷이 너무 커...
손등을 덮을 정도의 긴 자켓소매는 둘째치고 헐렁헐렁한 바지는 "난쟁이X자루"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할 정도였으니..;; 길 샤함이나 아델 안소니나 평소 옷입는 센스(;;)를 보았을 때 연주복에 대해서는 일말의 기대도 갖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길 샤함에 대한 나의 빠심으로도 극복이 안되는 턱시도였다. 흑흑. 그래도 홀쭉한 양뺨에 비해 건강이 안좋아보인다거나 하진 않았는데, 건강검진 꼭꼭 잘 챙기세요 흑흑흑흑.
암튼!!
연주가 시작되었고...
음, 요점만 간단히 하자면....
I wanted to kick the butts of the brass
I wanted to kick the butts of the brass
I wanted to kick the butts of the brass
I wanted to kick the butts of the brass
I wanted to kick the butts of the brass
곡을 망치는데도 정도가 있지만, 이날 브라스, 특히 호른플레이어들은 곡망침의 신경지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지휘자!! 너 뭐니,. 정말!!!!!!!!!!!!!
끊임없이 템포가 늘어지는 오케스트라. 무대를 아주 넓게 쓰며(여기저기 왔다갔다) 템포를 어떻게해서라도 끌어당겨보려던 길 샤함은 결국엔 안되겠다 싶었는지 지휘자 바로 옆으로 다가가서 지휘자를 쳐다보며 "웃는" 얼굴로 템포를 당겨주기를 구걸했다. 어떻게 템포를 구걸했냐면...계속 연주를 하면서 바이올린을 아래 위로 흔들면서 자신이 원하는 템포를 전달했는데... 누가 봐도 길 샤함의 "불쌍한 구걸"이 너무나도 명백했다. 게다가 더한 것은, 그렇게 템포를 구걸해서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움직여보려고해도 이건 완전 뭥미. 지휘자의 오케스트라 장악력에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절대 따라오지 않는 오케스트라. 우우우우우우우. 거기에 금관의 환상적인 "코끼리울음소리"까지 더해지니...
내가 길 샤함 같았으면 연주고 나발이고 바이올린을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계속 반복되었는데;; 길 샤함은 끊임없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템포"를 구걸했다. 오케스트라가 빨라지는 건 많이 봤어도 느려지는 건 별로 본 기억이 없는데..어떻게 카차투리안같이 이렇게 리드믹하고 쿵쾅쿵쾅하는 곡에서 오케스트라가 그렇게 느려질 수가 있지? 그리고 지휘자는 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오케스트라하고 싸웠나? -_- 어쩜 오케스트라가 저렇게 지휘자의 말을 안들을 수가 있지?
거의 악몽같던 1악장이 끝나고 2,3악장은 조금 나았다. 카차투리안이 자주 연주되지 않는 이유는 단연코 2악장 떄문이라고 생각하는데...뭐가 너무 많이 들어있는 복잡한 구성, 그리고 지나치게 긴 길이. 2악장을 반으로만 잘랐어도 훨씬 더 흥미진진한 곡이 될 수 있을텐데 허리가 너무 길고 늘어지다보니 전체 구성면에 있어서 1악장의 그 색채와 매력이 2악장을 지나면서 사라져버린다. 참 아쉬운 곡.
하지만 길 샤함은 "레벨이 다른" 사운드로 좌중을 압도했다. 하긴, 길 샤함 정도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이미 1악장의 그 심각한 앙상블 부조화를 뚫어내지 못하고 완전히 말아먹었을테고 2악장은 그야말로 관객들이 지루함에 몸을 배배 꼬며 이 곡 언제 끝나나...만 고대하고 있었을테다. 3악장은 오케스트라가 그나마 좀 괜찮았다.
관객들은 길 샤함에게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으나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럽지 못한 공연이었기 때문인지 커튼콜 두 번인가 세 번만에 박수소리는 잦아들었다.
인터미션 불이 들어오자마자 친구가 한 말:
길 샤함이 지휘자한테 템포 맞춰달라고 할 때의 fake smile이 너무 불쌍했어.
그때 속이 얼마나 끓었을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늘 사람좋은 미소를 짓는 건 좋지만, 그래도 성질 낼 때는 좀 내달라구!!
하고 생각해봤지만, 역시 공연 중에는 그럴 수가 없겠지.
말로도 할 수가 없으니 그냥 웃으면서 "템포좀~~땡겨주세요~~제발요~~"하는 수밖에.
불쌍하다, 길 샤함...흑흑흑흑.
2부의 첫 곡이었던 칸첼리는 고국 그루지야를 떠나 떠돌면서 고국을 생각하면서 쓴 곡이라는데 아주 좋았다!! 다만...곡 길이가 20분쯤 되었는데 한 10분 정도의 곡이었으면 좀더 자주 연주될 만한 곡이 아닐까 싶다. 곡의 분위기 상 이런 분위기의 20분은 좀 어중간한 길이라, 좀더 짧으면 서곡 대신으로 자주 연주될 만한 그런 퀄리티의 곡인데 좀 아쉽다. 아주 좋았으니까 아쉬워서 생각해본 것임.
불새는 좀 건조했는데, 그래도 금관이 카차투리안때처럼 망쳐주진 않았다: 물론 중간에 호른이 코끼리울음소리 맹렬하게 질려주시긴 했지만 -_-
* * *
종합해보자면, 지휘자가 확실히 젊긴 젊구나=경험부족이라는 것이 상당히 드러났던 아쉬운 공연이었다. 하지만 음악의 세부적인 부분을 놓고 보자면 음악을 섬세하게 빚는 스타일인 것 같긴 했다. 다만 전체 템포 설정이라던가 오케스트라를 끌고 가는 힘이 부족했던 탓.
길 샤함은 더할 나위 없이 brilliant했으나 오케스트라의 뒷받침이 부족해 아쉬운 연주였다. 그래도 호연이라고 할 수 있다. 길 샤함이 아니면 누가 이 정도로 연주를 마쳤겠는가.
집에 오는 길에 그런 생각을 했다. 음악세계(?)도 참 무서운 세계라는 생각.
지난 주말에 모 바이올린 연주자의 모 협주곡을 들었는데, 경력도 좋고 실력도 좋은 연주자긴 했지만 확실히 A급은 될 수 없는 연주자였다. 그게 무서운 거다. 재능과 실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명백하게 드러나니까. 길 샤함이 줄곧 들려주던 그 매끈하고 품질좋은 소리를 떠올리며, 집에 오는 길에 그런 생각을 했다.